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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3년 12월 10일자 칼럼] 자기가 중심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사람들은 자기를 중심에 놓고 세상을 파악한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은 단독자로 태어났지만,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럴 때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적정선에서 유지될 때는 편안하지만, 그 거리의 규칙이 무너질 때는 불편해합니다. 예를 들어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이 실은 멀리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서운함에 사로잡히고, 멀다고 생각한 이가 암암리에 세워둔 심리적 경계를 넘어 성큼 다가올 때 불쾌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심리가 내면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중심성은 뿌리가 매우 깊어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가끔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경험이란 다름 아닌 바로 사랑에 사로잡히는 순간입니다. 사랑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고통받는 이들 곁으로 다가가 벗이 되어주고, 그들 속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들 말입니다. 사랑은 자기를 초월하게 해줍니다. 그런 그들에게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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