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15일자 칼럼] 먼지로 돌아가는 시간
작성자신목교회
- 등록일 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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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아직 물러가지 않은 2월, 올해는 유난히 이른 걸음으로 재(灰)의 수요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력 속에서 사순절은 부활절을 향한 은혜의 여정이 시작되는 출발의 문으로서, 영혼이 깊은숨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그 시작은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이마 위에 얹히는 ‘재’에서 비롯됩니다. “당신은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라는 창세기의 말씀이 다시금 귓가에 들립니다. 흙은 소멸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생명의 품입니다. 흙이 아니면 씨앗은 뿌리 내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순절의 회개는 자신을 탓하거나 낮추는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숨결이 머무를 수 있는 ‘좋은 흙’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강하고 완전해 보이려 애써 왔습니다. 경쟁과 효율의 논리에 길든 세상 속에서 나약함은 곧 실패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재의 수요일은 그 모든 강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합니다. “나는 흙–아다마(Adama, אדמה, 먼지)-입니다!”라는 고백 속에서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 앞에서 참 인간으로 서게 됩니다. 이처럼 재의 수요일에 우리의 이마 위에 얹히는 한 줌의 재는 유한한 삶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다짐입니다. 흙에서 새 생명을 일으키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이들에게 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의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재로부터 꽃이 피어나듯, 우리의 상하고 메마른 영혼 위에도 언젠가 부활의 아침이 찾아올 줄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