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4일자 칼럼] 성령, 나를 넘어 타자에게로 흐르는 주님의 숨결
작성자신목교회
- 등록일 2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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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신목교회
본문
오월의 녹음이 짙어가는 성령강림절입니다. 성령 충만이란 신비한 체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좁은 성벽을 허물고 ‘타자’에게로 건너가는 거룩한 소통의 사건입니다. 그리고 참된 성령의 사람은 자신의 주관을 직설적으로 쏟아내기보다, 상대의 영혼을 진실로 사랑하며 그를 살뜰히 품어주는 사람입니다. 교회 안에서 때로 누군가의 배려 없는 행동이 우리의 평온을 깨뜨릴 때 마음이 힘들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 영혼이 아직 사랑의 결핍 속에 있다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성령의 사람은 거친 분위기 속에 서성이는 외로운 영혼을 응시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이들입니다.
교회는 완성된 이들의 정원이 아니라, 투박한 돌들이 서로 부딪히며 주님의 손길 아래 둥글게 깎여가는 거룩한 대장간입니다. 그럴 때 교회에 새로 오신 분은 성도들의 너른 품을 의지하러 온 이라면, 오래된 교우들은 그 품을 내어주며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아가는 이들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의 옳음을 주장하기보다 타인의 서툶을 기다려주는 ‘사려 깊은 침묵’이 곧 가장 깊은 영성입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합니다.” 이번 성령강림절에는 뜨거운 불꽃보다, 곁에 있는 이의 고단함을 어루만지는 시원한 바람 같은 배려가 우리 가운데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넉넉한 그늘이 되어줄 때, 비로소 성령의 숨결은 우리를 통해 세상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