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워 슬그머니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떠올립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화려하지 않으면서 수수한듯하지만 은은하고 고결한 기품이 있는 국화꽃이 정말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아름다운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자기에게 골몰하던 삶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자신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즉 아름다운 것에 눈길을 주는 순간 나와 타자를 가르는 담장들이 무너지고, 잠시나마 하나 됨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경쟁과 탁월함이 지배하는 세상은 언제나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긴장시키지만, 그러나 아름다움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긴장에서 벗어나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특히 작고 여린 것,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함께 본다는 것, 바로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무가 가을볕을 머금어 아름다운 색을 만들듯, 우리도 주님의 빛과 사랑을 받아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사랑에 답함’으로 마무리합니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아름다운 우리 주님의 사랑이 여러분 모두에게 오롯이 머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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