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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2년 11월 27일자 칼럼]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입동(立冬)과 소설(小雪)을 훌쩍 지나서 겨울의 초입에서 맞이하는 대강절은 올해도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저마다 시간의 파도를 타고 넘느라 힘겨웠지만, 삶의 열매는 부실한 것 같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히기 쉬운 계절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교회력은 대강절로부터 시작하여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을 거쳐 마지막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한 해의 주기를 완성합니다. 그렇게 볼 때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것으로 또다시 한 해를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기다림은 설렘과 동시에 조바심을 안겨줍니다.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세상사에 초연한 사람이거나 영혼의 불씨가 꺼진 사람일 것입니다.

  매년 동일한 절기가 돌아오듯 우리 삶은 반복적입니다. 그리고 매일 반복하는 일들이 우리 힘을 고갈시킬 때도 많습니다. 그 때문에 선조들은 시간 속에 마디를 만들어 반복되는 시간의 권태를 이겨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반복이 늘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변화와 반복의 흐름 속에서 경험하는 미세한 차이가 저마다의 삶에 독자적인 무늬들을 만들게 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좌절과 분노가 넘치는 세상에 살면서도 평화와 생명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은 시간의 주인이신 주님의 재림을 믿고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강절 초에 불이 밝혀질 때마다 부디 혐오와 분열이 쓰러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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