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지 무렵이 밤이 가장 긴 어둠의 세상입니다. 어둠은 빛의 부재라지만, 그러나 빛의 배경은 어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두움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어둠이 없다면 진실로 빛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둠에 지친 이들이라야 빛을 고대합니다. 그렇지만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둠이 우리 마음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빛을 향해 고개를 들어야 합니다. 지금 이 세상은 여전히 어둠의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동지(冬至)의 어둠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줄어들겠지만, 사회적 어둠은 저절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또다시 연말을 맞이하면서 올해도 엄벙덤벙 살았다는 자책과 후회가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불편하기만 합니다. 대강절 초에 하나둘 불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 속에 도사린 어둠과 우리 사회를 은밀히 지배하고 있는 혐오와 분열의 영이 소멸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빛이 사무치게 그리운 시절입니다. 태초부터 모든 시간의 창조자이신 분이 말씀하십니다. 참 빛이신 분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아픔을 다 부둥켜안을 수는 없다고 해도, 지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어둠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 곁에 다가가면 거기에 함께 계시는 참 빛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내면에 쌓인 어둠의 그림자가 그 빛과 만날 때 결국 온 세상이 조금씩 밝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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