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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2년 05월29일자 칼럼] 언어는 존재의 집입니다.

우리는 말이 칼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말로 상처를 주고, 인격을 살해하고, 사람을 짓밟는 일이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국정에 이르기까지 만연합니다. 말하는 나는 바닷가 모래 위에 글씨를 쓰듯 말하지만, 듣는 사람은 쇠 철판에 새기듯 들을 때가 있습니다. 파도가 치면 모래 위 글씨는 지워지지만, 철판 위 글씨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했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은 두고두고 그걸 잊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을 평생 가두는 존재의 감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가벼운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생각 없이 쏟아내는 불평과 경멸의 말은 땅에 나쁜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좋은 씨앗, ()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당장은 열매가 맺히지 않더라도 좋은 씨앗, 선의 씨앗에서 반드시 좋은 열매, 선의 열매가 맺을 것입니다. 숨어 있는 예쁜 말들을 찾아보십시오. 선하고 아름다운 말을 잃어버리면 존재가 무너집니다. 사회가 무너집니다. 한 개의 별이 밤바다에서 배를 인도할 수 있습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한 마디의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오늘 바로 나에게 달린 일입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말하는 대로, 자신이 말하는 만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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