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2022년 04월 10일자 칼럼]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지키면서

우리는 지금 사순절의 마지막 한 주간을 고난주간으로 지키며 부활절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장로교파 교단인 예장합동의 제84회 총회에서는 로마 카톨릭에서 만들어낸 사순절을 개신교회가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그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종교개혁자 칼빈이 그 당시 “사순절을 미신적으로 지키는 것이 널리 퍼졌다”고 개탄하면서, “금식을 열심히 준수하면서 거짓되고 망령된 말들로 부패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금식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올바르다”(기독교강요 IV. 12)고 하면서, 사순절 폐지를 주장한 것을 상기하며 따르며 동참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사순절에 회개만을 강조하는 흐름 또한 솔직히 못마땅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는 회개의 십자가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불의와 죄악에 대하여 온몸으로 저항하신 대속의 십자가였기 때문입니다. 기념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서 그와 같이 행동하는 것입니다. 기념한다는 것은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실행하는 것입니다. 사순절은 개인적인 회개의 절기로 지키기보다는, 우리도 세상의 불의와 악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올바르게 지키는 것입니다. 즉 고난주간에 십자가의 길로 가시는 주님을 기념한다는 것은,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함께 동행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