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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1년 12월 27일자 칼럼] 시간의 성적표 앞에서

코로나 팬데믹 풍랑 속을 비틀거리며 마침내 한 해의 마지막 주일에 도착했습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힘겨운 나날들이었습니다. 매년마다 시간여행을 쉬웠다고 느꼈던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특히 저에게 있어서 올해는 노회와 총회의 무거운 짐들과 낯선 영역들을 감당하느라 많이 벅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으며 세상의 역사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사람들의 지탄거리로 전락해버린 지금의 현실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처럼 씁쓸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일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처럼 우리가 어떤 사람의 소중함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은, 늘 그의 부재가 가져온 고통을 겪고 난 후입니다. 이미 흘러가 버린 시간을 후회한들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없습니다. 2021년은 기억이라는 과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시간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후회, 자책, 쓰라림을 다 하나님의 손에 맡겨드립시다. 그럴 때 하나님은 우리의 과거를 바꾸시지는 않지만, 과거의 의미를 바꾸어주심으로 우리를 새롭게 고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삶을 이끌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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