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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1년 09월 05일자 칼럼] 기억의 투쟁

  지난 8월 29일(주일) 전북 완주에 있는 교회에 가기 위하여 2부 예배를 마치고는 부지런히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보니 고속도로 초입에 있는 대형 태극기가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주한 당일 일정으로 잊고 지내다가 다음날 월요일 문득 생각이 나서 확인해보니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을 뜻하는 조기(弔旗)였음을 깨닫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사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고통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른바 '기억의 투쟁'이라고도 합니다. 세월과 함께 잊혀가는 진실을 망각하지 않고 지켜내려는 기억의 투쟁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루살렘에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인 야드바셈(Yad Vashem)이 있습니다. 히브리어 '야드'는 '기억', '기념'을, '바셈'은 '이름'을 각각 뜻합니다. 이 박물관에는 학살된 유대인들이 남긴 각종 유품과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마지막 출구에는 다음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기억은 우리를 자유케 하나 망각은 우리를 다시 포로로 만든다." 이 문장은 예수님의 다음 말씀과도 공명됩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역사의 변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기억의 투쟁인 것처럼, 믿음 가운데 살려는 이들도 기억의 투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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