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2024년 12월 15일자 칼럼] 또 하나의 기다림

  체코의 극작가로서 체코슬로바키아의 마지막 대통령이자 체코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바츨라프 하벨(1936∼2011)은 “세상에는 두 가지의 기다림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고도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로, 고도를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의 무력감을 숨기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하벨이 말하는 두 번째 기다림은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체제에 길들기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끈질기게 나아가는 반체제적 인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강절을 통하여 또 하나의 기다림을 선포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질서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질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이 땅에 도래했습니다. 그리고 이 대강절의 기다림은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라 능동적인 기다림인 것입니다. 그래서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는 이들은 세상이 어둡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칭얼댈 것 없습니다. 멀리 떨어진 듯 보이는 별들이 성좌를 이루어 밤하늘을 밝히듯,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밝혀둔 빛들이 모여 세상을 밝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하나님의 꿈임을 잊지 마십시오. 주님의 은총이 우리를 꼭 붙들어주셔서 기어코 믿음의 선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