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가을의 시작을 달력의 표시로 인지하지만, 그보다 저는 공기 속 미세한 온도의 변화로 감지하곤 합니다. 문밖을 나서면 코끝에 닿는 바람은 어느새 지난여름의 무거운 숨결을 거두었음에도 햇살은 여전하지만, 피부에 내려앉는 느낌은 더 이상 따갑지도 아프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바뀌어 가는 세상을 감별하게 됩니다. 이맘때면 마음에 스며드는 감성이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가고, 밤이 점점 길어질수록 잎사귀는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그것은 마치 시련이라고 하는 추위와 낮아진 온도가 있어야만, 자연이 더 찬란히 빛난다는 진리를 몸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렇게 가을의 공기는 둔감한 저를 어느덧 조용한 기도의 자리로 이끕니다. 잠시 멈추어 다시 숨을 정돈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주어진 하루 온도를 소중히 음미하게 합니다. 햇살과 바람, 구름과 푸른 하늘 사이로 삶의 기운이 쉼 없이 흘러가지만, 그런 속에서 의미와 사랑의 온도를 배워갑니다. 가을, 그 공기 속에서 또다시 나를 만납니다. 세상과 이웃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이 계절, 낮아진 온도만큼 더욱 깊어진 내 마음이 오늘도 소리 없이 익어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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