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곱게 물든 단풍들이 절정입니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나뭇잎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의 삶도 단풍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웠지만 왠지 그 속에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단풍이 들었다는 것은 그 나무 잎의 생명을 다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분께서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으로 인해 기분이 좋았다가 그가 건넨 인사말에 마음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어머, 어쩌면 그렇게 곱게 늙으셨나요?” 생각할수록 괘씸했답니다. 그냥 ‘곱다’고 하면 될 것이지 왜 ‘늙었다’는 말을 붙이느냐 말입니다. 그러나 단풍같이 아름다운 노년은 누구나 누리는 복이 아닙니다. 교계 뉴스를 통해 평생 열심히 사역하다가 마지막 순간 노욕으로 무너지는 분들을 봅니다. 그동안 이룬 명성이 하루 아침에 금이 가는 모습은 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 한 노인이 손자와 호숫가 언덕에 앉아 있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손자와 인생을 살 만큼 산 노인은 노을을 바라보며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계절은 왜 바뀌는지?’ 등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중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하나님을 본 사람이 있나요?" 그러자 노인은 잔잔한 호수 건너편을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얘야, 나는 이제 점점 하나님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단다.“ 나이 들어 하나님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면 단풍같은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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