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옥스퍼드대 리처드 도킨스 교수가 쓴『만들어진 신』이라는 제목의 서적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원제 ‘The God Delusion’은 곧 ‘신은 망상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킨스는 종교를 의미하는 ‘Religion’과 망상을 의미하는 ‘delusion’을 합성한 ‘릴루전’(Relusion)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냉철하게 살펴보면 교인들 중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종교적 망상 증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집착하는 것을 신앙이라고 착각합니다. 예수님이 아니라, 예수님에 대한 자기가 속한 집단(교회)의 생각에 집착하는 데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로 실로 수많은 세미나와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속한 교단과 한국교회를 향한 세상 사람들의 지탄의 소리와 개혁의 요청은 거세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고하지 않고 그저 믿는 것만을 요구하는 싸구려 복음에 저항합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에게 순종할 것을 교묘하고 은근하게 부추기는 낯 뜨거운 리더십을 거부합니다. 오직 축복만을 향하여 두손 모으고 “아멘 아멘”하는 교인들의 맹목적인 신앙을 매우 통탄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기도자의 내면과 하나님과의 친밀한 영성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무작정 외쳐대는 충동적인 기도를 성령충만으로 오판하게 하는 자기만족과 퍼포먼스만 있는 기도회를 거부합니다. “기도한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세상 사람들보다 더 이기적이다”라는 책망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의 뜻을 이루는 기도가 아니라, 주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구하며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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