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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7년 2월 12일자 칼럼] 신토불이(身土不二) 발렌타인데이

   어제(2월11일)는 정유년(丁酉年) 정월 대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정월 대보름 즈음이면 청춘남녀들이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데이(2월14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양의 풍습인 발렌타인데이는 있어도 우리 전통문화인 대보름 풍습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정월 대보름의 ‘탑돌이’는 우리 고유의 발렌타인데이 풍속이었습니다.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었던 축제날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세조 때에는 서울 원각사(圓覺寺) ‘탑돌이’는 염문과 추문이 심하여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더욱이 년 중 단 한 번의 공식 외출을 허락받았던 정월 대보름에, 다리를 밟다가 눈이 맞은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울안에 갇혀 사는 처자들의 상사병(相思病)을 일컬어 ‘보름병’이라고 했다니, “정월 대보름은 분명 한국의 발렌타인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보름과 관련하여 문득 아시시의 성자 프란시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조용하던 마을에 교회 종소리가 한밤중 요란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불이 난 줄 알고 황급히 교회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자 그들은 종탑 위에서 종을 치고 있는 프란시스를 보고는 화가 나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왜 종을 치는 거요? 무슨 일이라도 났소?” 그러자 프란시스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의 저 보름달 좀 보시라고요! 이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 기적인지!” 아재 다가오는 새봄을 기대하면서 우리도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를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들로 깨어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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