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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9월11일자칼럼] 실속있는 명절

  동화 작가인 강정규님의 글을 읽다가 정말 실속 있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는 운동회 날 달리기만 하면 늘 꼴찌였답니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 . 그런데 6학년 때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데 관중석에서 할머니의 음성이 들리더랍니다. “일등이다. 우리 잉규(仁圭)가 일등이여!” 놀라서 둘러보니 그는 분명히 맨 앞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상을 찌푸리고, 두 주먹을 쥐고 뛰었습니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자기 뒤를 바싹 뒤쫓고 있던 아이들이 여덟 명이나 되었습니다. 그 다음 조였던 것입니다. 그날 그렇게 일등(?)을 하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가는데 할머니가 위로삼아 말씀하시더랍니다. “천천히 가그라, 꼴찌두 괜찮여. 서둘다 자빠지면 너만 다쳐. 암만 늦게 가두 네 몫은 있능겨. 앞서 간 애들이 다 골라 간 것 같어두, 남은 네 몫이 의외루 실속 있을 수 있능겨, 잉규야!”

  현실은 우리를 정신없이 밀어붙입니다. 하나의 과업을 채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일감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렇게 숨차게 달려간 댓가로 우리가 얻는 것이라는게 사실은 별거 아닌 것들입니다. 다소의 경제적인 여유? 잘난 사람이라는 평판? 남보다 앞서 간다는 자부심? 안도감? 그러면 그런 그것들을 얻기 위해 우리가 포기한 것들은 무엇인지요? 마음의 여유, 이웃들과의 다정하고 한가로운 대화, 자연과의 교감,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 그렇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우리는 멈추어 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아야 합니다. 추석 연휴와 함께 정신없이 밀려다니기 보단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돌아보고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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