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날 누룽지 한 조각 먹어보아라. 밥 짓다 태웠다고 푸념할 일이 아님을 꼭꼭 오래 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알리라. 인생도 씹을수록 맛이 나는 누룽지처럼 더 타고 속이 타야 멋도 알고 맛도 알까?”(누룽지, 정상현 詩)
저는 누룽지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시의 시인은 분명 저보다 훨씬 진지한 사람입니다. 그는 누룽지의 고소한 맛보다, 누룽지의 탄 사정에 주목합니다. 쉽게 말해 세상에서 인간미가 나는 사람은 인생길에서 속 태우는 일을 많이 겪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속을 태운다고 다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독기를 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중의 실패입니다. 기왕 사는 인생살이에서 어짜피 부닥친 실패와 고통을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성숙한 사람입니까? 솥의 맨 밑에 깔린 채 가장 뜨거운 불기를 제일 먼저, 그리고 맨 나중까지 받는 누룽지가 고소한 맛을 품듯, 세상의 쓰레기처럼 찌꺼기처럼 취급받던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 새로운 살 맛을 전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싫어 버린바 되었던 예수님은 참 생명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은총에 사로잡힌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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