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됨의 길을 한사코 외면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대답은 사람보다 물질을 더 중시하는 ‘물질주의’일 것입니다. 물질주의는 사람을 인격 자체로 대하지 않고 숫자로 환원하여 취급합니다. 그래서 수형자들이 죄수번호를 부착하고, 군인들이 가슴에 군번을 부착하는 것은 “이제 이후 그들의 개인적 특질은 더 이상 존중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을 대신하는 숫자들은 암암리에 사람들의 의식 속에 매겨지는 서열을 가리키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자본주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연봉의 숫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의 능력을 평가합니다.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서열이 매겨집니다. 심지어는 자동차의 배기량의 크기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가치는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수치나 점수가 인격이거나 사람의 가치가 아닙니다. 세월호의 아픔이 사람들에게 점점 희미해지는 숫자로 남겠지만, 가족에겐 이름 속에 담겨진 또렷한 인격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생명은 숫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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