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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4년 9월 14일 칼럼] 많이 입으면 부자유합니다

신학생 시절 장신대 채플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때 보았던 한 장면은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그것은 그가 처음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씨시의 주교와 아버지 앞에서 옷을 다 벗어던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임종 시 자기가 죽으면 옷을 벗겨 맨바닥에 눕혀달라고 유언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의 벌거벗음은 의미심장합니다.

우리는 자꾸만 우리 위에 뭔가를 입고 또 입습니다. 적대적인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세라는 옷을 입기 위해 안간힘을 다합니다. 그 옷이 두꺼워질수록 자아도 강화됩니다. 자신이 마치 뭐라도 된 것 같이 느낍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많이 입는다는 것은 그만큼 부자유스러워지는 법입니다. 믿음생활은 가벼워지기 위해 자꾸만 벗고 또 벗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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