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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2년 9월 30일 칼럼] 고향 생각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는 한가위 명절입니다. 고향, 그곳은 살아남기 위해 억지 부리지 않아도 되고, 똑똑하지 못하다는 비난에도 주눅 들지 않는 곳입니다. 그저 남녀노소 모두가 어린 아이처럼 ‘하하하’ 웃는 편안한 곳입니다. 그래서 고향을 찾는 명절이 되면 지난 계절 재난의 아픔들도 잊고 모두가 넉넉해집니다.
가을을 타는 저는 특히 이맘때가 되면 가끔 생각나는 분이 계십니다. 부목사 시절, 이북에서 홀로 내려와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로이 세상을 떠나셨던 그 분은, 국립의료원 병동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저의 손을 가만히 붙잡고 “이제 가고 싶어요. 아무 미련이 없어요. 다만 고향 의주 땅을 못 밟고 가는 게 조금 아쉬워요”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충분히 그분의 쓸쓸함을 헤아리면서도 “그래도 더 나은 고향으로 가시니 좋은 곳으로 가시잖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고향은 지리적 공간에 국한시킬 수 없는 곳입니다. 마음의 고향, 특히 우리에겐 영혼의 고향, 믿음의 고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고향을 찾는 모든 이들이 부디 보름달보다도 더 충만한 믿음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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