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설교자로서 또 예배 인도자로서 예배를 드릴 때마다,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다듬지 않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배에 참여하는 회중들과 어떤 모종의 벽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주 가까운 관계의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도 그런 벽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를 되새김질하곤 합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이 시를 알고부터 담쟁이는 그저 푸른 넝쿨 식물이 아니라 푸른 잎끼리 어깨동무한 동무처럼 보였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딱 붙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고 영차영차 서로 응원하며 절망을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느끼는 벽을 마주한 상황이라면 담쟁이처럼 그 벽을 붙잡고 놓치지 않고 한 뼘이라도 말없이 올라가십시오. 그래서 결국 그 벽을 넘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힘든 상황에서 치열한 씨름을 하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이제 담을 넘은 담쟁이가 이렇게 말하는 듯싶습니다.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해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