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원고개 중턱의 한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국화꽃 화단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요즘이야 사시사철 국화꽃을 보려고 하면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가을에 보는 국화꽃은 더할 나위 없이 싱그럽습니다. 가을 햇빛을 머금고 있는 국화꽃은 수수하게 보이면서도 화사하고, 화사하면서도 정갈합니다. 그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짙고, 짙으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화는 언제 어디에서 피어나도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도 주변과 더 잘 어울리면서 주변을 더 밝고 환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런 국화꽃이 참으로 좋습니다.
그렇듯 사람도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요란하지 않으나 지치고 힘들 땐 함께 실없는 이야기로 떠들어 주는 사람, 평상시에는 침묵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모두가 다 침묵할 때 손해 볼 줄 알면서도 기꺼이 해야 할 소리를 하는 사람, 있으면 특별히 표가 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없으면 뭔가 모르게 표가 나고 그리워지는 그런 사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가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신앙도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화려한 이벤트는 하지 않아도 언제나 조용히 사뿐하게 다가와 작은 기쁨도 즐거이 나누는 다정한 발걸음, 정말 지쳐서 힘들 때는 조용히 옆에서 침묵만으로 곁에 있어 주는 푸근한 마음, 옆에 머물 땐 모르는데 잠시 헤어져 있는 동안에 무척 그리워지는 사람, 그런 믿음의 그리스도인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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