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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3년 11월 26일자 칼럼]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오래전 처음 해외 순례 여행을 할 때, 그 당시에는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 등과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기에 오직 두툼한 지도책을 펼쳐가면서 진행하던 여행이었기에, 가끔은 길을 잃어버리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대부분 방향 감각을 잃은 채 같은 장소로 몇 번씩이나 돌아오기도 하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허겁지겁 되돌아가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곳에서 정말 예기치 않았던 사람을 만나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를 마주치곤 했었습니다. 길을 잃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었던 인연들을 생각하면, ‘길 잃음이야말로 은총이 유입되는 통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종종 인생길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배낭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그 방황의 길이 그대를 이끌 것이기 때문입니다.

  순례의 길은 홀로 걷는 길이지만 또한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는 길입니다. “오늘은 힘들고 피곤했지만, 내일은 또 어떤 세상을 보게 될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례자는 모든 우연한 만남에 대해 열려있습니다. 또 기꺼이 동행이 되어준 사람들이 바로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라는 믿음이 들기에, 결국은 모든 여정에 하나님이 개입하고 계심에 감격하곤 합니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순간 이런 감동은 스러지기 쉽지만, 그런 순간의 기억은 삶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칩니다. 누구라도 낯선 곳에서 길을 잃으면 별별 생각이 다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길을 잃어보지 않는다면 길을 찾는 기쁨 또한 맛보기 어려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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