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대문이나 툇마루 기둥에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 등의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여 놓고,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빕니다. 建陽多慶(건양다경)에 대한 상반된 해석과 견해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제가 보기엔 각박하고 차가운 세상을 함께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풍습이 독일에도 있습니다. 올해도 주현절(1월 6일 금요일)즈음에 독일의 어느 집 현관에는 하얀 분필로 ‘20+C+M+B+23’이라고 표시됐을 것입니다. 앞뒤로 나오는 숫자는 연도를 기록한 것이고, 영어 C, M, B는 예수님을 찾아왔던 동방박사들의 이름 첫 글자들로, 즉 카스파르(Caspar), 멜키올(Melchior) 발타사(Balthasa)와 같은 “그런 귀한 손님들이 올해 이 집에 오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해설로 C, M, B는 라틴어 문장인 ‘Christus Mansionem Benedicat’를 축약한 것으로 이는 “그리스도여, 이 집을 축복하소서!”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독일의 이 경문(經文)은 동방박사 이야기와 축원의 기원문이 융합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아직 진짜 봄이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세상에는 정말 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가슴의 얼음을 녹여주는 사람들 말입니다. 험난하고 난폭한 세상을 염려하며 비분강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에 잠들어 있는 선의 열정을 조용히 깨우는 이들은 스스로 봄이 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을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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