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이지만, 우리 영혼에 새봄이 오는 것은 주님의 은총 때문입니다. 사순절 고난주간을 맞은 지금 우리는 금빛 햇살이 잠들었던 생명을 깨운다는 청명(淸明)과 봄비가 내려 백곡을 윤택하게 한다는 곡우(穀雨)의 중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때때로 불어오는 황사 바람이 우리를 괴롭히기는 해도, 바야흐로 우리는 생명의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은 맑습니까? 영혼의 정원에 심겨진 부활의 씨앗이 싹을 틔우도록 잘 돌보고 있습니까?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길을 바라보면 억지가 없습니다. 낮은 곳이 있으면 흘러가고, 막히면 돌아갑니다. 꽃이 피는 것도 그렇습니다. 물오른 나뭇가지 끝에서 꽃들은 저마다 터져 나옵니다. 산수유나무에서는 산수유꽃이 피고, 생강나무에서는 생강꽃이 피어납니다. 조팝나무에서는 조팝꽃이 피어납니다. 여기에는 어김이 없습니다. 자연은 순리를 어기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주님께서 마음 편히 머무실만한 땅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에 전심으로 순종하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서로를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섬김의 도리를 다하려는 우리의 관계 속에서 우리 주님께서 서실 땅을 발견하시도록 해야만 합니다. 먼저 주님이 우리를 소중히 여겨주심으로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런만큼 철따라 우로를 내리시는 주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아서는 안 됩니다. 아무쪼록 회색도시의 한복판에 사는 우리들의 삶에도 그리스도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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