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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5년 09월 21일자 칼럼] 가을 묵상(默想)

  가을 풍경 속 주님의 은혜를 묵상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는 것을 통해 수많은 열매를 맺듯이, 우리의 삶 또한 상실과 비움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참된 충만함에 이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여름 내내 무성했던 푸른 잎들이 하나둘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며, 우리는 한때 우리의 삶을 가득 채웠던 욕망과 집착, 허영의 가지들을 쳐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의 영혼은 가벼워지고, 주님께서 채워주실 새로운 은혜를 담을 공간이 생겨납니다. 가을의 햇살은 여름의 그것처럼 뜨겁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온화하며, 모든 것을 감싸안는 듯한 따스함이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비추는 주님의 은혜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요?

  이제 내일모레 추분(秋分)이 지나가면서 가을이 깊어진 만큼 밤의 시간은 더 길어집니다. 그러나 고요한 밤에 홀로 앉아 기도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 너머에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게 됩니다. 추분(秋分), 이 깊어지는 가을의 시간은 우리에게 단순히 풍요로운 수확을 기뻐하라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그 음성은 우리 영혼의 밭을 들여다보고, 주님의 은혜를 깊이 묵상하며, 진정한 의미의 풍성함이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속삭입니다. 이 가을, 우리의 영혼이 주님 안에서 더욱 깊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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