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끝자락과 10월의 초입은 가을의 정취를 가장 예민하게 품고 있는 계절입니다. 가을 하늘 깊이 열려 있는 그 푸른 공간은 우리에게 닫혀 있는 문이 아니라 열린 창입니다. 하늘은 인간이 소유할 수 없는, 그러나 누구나 올려다볼 수 있는 은총의 자리입니다. 이즈음 맞이하는 개천절은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을 기억하는 날로서 하늘이 열린 날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단지 민족적 기원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하늘’과 ‘열림’이라는 근본적인 뜻을 되새기게 합니다. 성경에서도 하늘은 늘 하나님의 임재와 주권을 상징합니다. 시편에선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한다”라고 노래했고,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뜻과 사랑을 가르치셨습니다.
신앙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마음과 몸을 들어 올리는 행위입니다. 어찌 보면 신앙생활이란 ‘내 삶의 하늘’을 여는 일입니다. 세속적 욕망과 자족의 굳은 땅 위에만 서 있을 때, 우리는 금세 지치고 메말라 버립니다. 그러나 열린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다시금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삶의 공간이 넓어집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하늘의 사람으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나님께서 제 영혼의 문도 더 넓게 열어 주시고 깊게 품어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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