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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5년 10월 26일자 칼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깊어진 시월의 길목에서, 우리는 익숙한 예배당의 경계를 넘어섰습니다. 콘크리트 대신 흙 위에 서고, 정형화된 창문 대신 가을 하늘을 지붕 삼아 예배드리는 이 행위는 신앙의 경직성을 깨고자 하는 작은 몸짓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 머물러 안온함만을 추구할 때, 그것은 생동감을 잃고 화석처럼 굳어지기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너른 피조 세계의 품속에서 예배의 본질을 새롭게 되묻습니다. 발밑의 풀잎, 머리 위의 햇살, 온몸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충만함 속에서 삶의 모든 자리가 거룩한 성소(聖所)임을 마음과 피부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시월의 끝자락은 종교개혁 기념주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루터의 외침은 단순히 제도에 대한 비판을 넘어, 종교가 권력과 부에 맛 들이고 신앙인들을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시키려 할 때 터져 나온 양심의 저항이었습니다. "오직 성경으로"라는 구호는 곧, 교회라는 특정한 권위가 아닌, 하나님 앞에서 일대일로 서는(Coram Deo) 인간의 주체적 결단을 의미합니다. 진정한 개혁은 우리 마음의 경직성을 녹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망가진 세상을 고치기 위해 부르셨고, 우리의 삶이 곧 그 부르심에 대한 메시지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이 멋진 시월의 하루를 함께 하는 모두에게 참 좋으신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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