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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5년 11월 16일자 칼럼] 뿌리가 단단해지는 겨울나무처럼

  화려한 잎을 자랑하던 여름의 무성함은 사라지고, 오직 가장 본질적인 줄기와 뿌리만 남은 시간. 바로 이 고요하고 서늘한 때에, 우리는 비로소 직분의 참된 의미를 성찰하게 됩니다. 특히 항존직(恒尊職)이라는 이름이 함축하듯, 이 직분은 잠시 머무는 영광이나 세상의 서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상의 시간 속에서 변함없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헌신하겠다는 구도자적 결단입니다. 겨울나무는 외형적으로는 메마르고 고독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침묵의 시간 동안, 나무는 땅속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립니다.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딜 힘, 다가올 봄의 생명을 품을 단단한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임직을 받는 여러분의 삶 또한 이와 같아야 합니다. 직분이라는 이름의 열매를 맺기 전에, 숨겨진 곳에서 끊임없이 영적 양분을 길어 올리는 성찰의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임직은 소유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비우고 나누는 일의 시작입니다. 회사후소(繪事後素), 즉 그림은 바탕을 손질한 뒤에 채색한다는 동양의 지혜처럼, 직분자는 깨끗하고 순수한 동기라는 바탕 위에 겸손과 헌신의 색을 입혀야 합니다. 바라긴 겨울의 침묵 속에서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뿌리가 되어 주십시오. 견고한 믿음으로 흔들림 없이 서서, 교우들에게 위로와 소망의 그늘이 되어 주십시오. 여러분의 성실하고 묵묵한 순례의 발걸음이,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풍경을 펼쳐 보일 것을 믿으며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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