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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5년 12월 07일자 칼럼] 성탄과 세모(歲暮)의 불빛 속에서

  바울의 헌금에 대한 권면에서 ‘균등하게 하려는 것’(고후 8:14)이라는 말씀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는 초대교회의 나눔이 지리적 한계를 넘어 교회 간의 경제적 연대로 확장되는 시야인 것입니다. 살아 있는 교회의 참된 표지는 화려한 예배가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이들, 소외된 이들을 향한 세심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우리가 가진 잉여로 돕는 것을 넘어, 그들을 먼저 생각하고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실천입니다.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이 진영논리 속에서도 거칠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최악의 경제 위기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허영과 낭비로 물든 연말의 불빛 속으로 들어갑니다. 계절은 가장 깊은 어둠인 동지로 향합니다. 교회는 왜 이 가장 긴 밤 무렵에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할까요? 어찌 보면 탄생의 날짜 자체가 이미 복음입니다. 어둠이 짙어질 때, 예수님은 빛으로 오셨습니다. 로마의 강제된 평화가 아닌, 상처 입은 가난한 이들을 감싸안는 참된 평화로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진리를 알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물음이 마음에 걸립니다. 오늘의 교회는 역사 속에 빛을 끌어들이고 있는가, 아니면 어둠을 더 짙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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